꺼진 줄 알았던 구제역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구제역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북 영천의 돼지농장에서 지난 16~21일 구제역이 잇달아 세 차례 발생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영천지역 구제역 발생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차분하게 관망하고 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 벌어진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일뿐”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3조원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안동발 국제역이 확산된 이유는 지자체에서 의심증상을 접수한 후 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검사를 하도록 하는 규정을 무시했다. 그리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항체키트검사를 실시해 방역 공백이 발생했다. 치명적인 초동방역 실패가 대재앙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남 무안에서 이같은 상황이 또 벌어졌다. 구제역 의심신고를 받고도 지자체에서 금지된 간이항체키트검사를 실시했고, 자체적으로 음성 판정을 내린 것이다. 현장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구제역 신고를 은폐하는 일이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구제역 증상이 의심돼 신고를 해도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검사 의뢰 자체를 묵살해 버리는 일이 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가축 재입식이 늦어져 축산농가에 피해가 커지는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돼지의 경우 백신 접종 후 면역 항체 형성율이 60~80%로 구제역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100%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의 경우에는 지난 1997년에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한 탓에 한국처럼 전국 백신을 결정했다. 그러나 백신을 실시하고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졌으며 이후 전국 곳곳에서 게릴라처럼 산발하는 구제역과 싸워야 했다. 대만은 아직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되찾지 못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백신은 우리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사용해 만든 백신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기존에 보관해 두던 항원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백신을 시작했으면 앞으로 수년간 백신을 놓을 수밖에 없는데 정책 결정 시점에 우리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백신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어야 했다. 백신 결정부터 우왕좌왕했고 지금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방역소독을 통한 바이러스 제독효과가 높아져 바이러스 활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확산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발병이나 전염이 종식되는 건 아니다.
소는 2차례 백신 접종을 받으면 100% 항체가 형성되지만 돼지는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 형성이 60~80% 밖에 안된다. 따라서 면역력이 100% 형성 안된 모돈이 낳은 새끼돼지에게 항체 형성이 전이가 안돼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지자체는 구제역 신고를 은폐해서는 안된다. 은폐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1/04/26 [21:36] 최종편집: ⓒ 서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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