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만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 중 유일본 8권을 포함한 1차 반환분 75권이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나머지 296권은 이번 1차 반환을 시작으로 5월27일까지 약 2주 간격으로 네 차례에 걸쳐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돌아온다.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297권 가운데 294권이 의궤다. 의궤란 국왕 왕비 세자의 책봉, 혼인이나 장례절차, 성곽 건설 등 조선 왕실의 각종 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다양한 행사를 세밀하게 기록한 것으로 이 같은 형식의 문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내에 있는 의궤 가운데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940권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490권이 지난 2007년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약탈당한 문화재가 정부 간 협상을 거쳐 고국 땅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정부차원의 협상으로 다량의 문화재를 돌려받은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대여 형식의 반환이지만 약탈문화재 반환 역사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계기로 해외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문화재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있는 문화재는 14만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일본 왕실에 기증하도록 강요해 일본으로 가져간 전적들이 상당수 있으며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돌려주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일본에 유출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국보급 고려 불화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해외문화재 소장 현황 파악에 그치지 않고 유출 경위를 캐내야만 반환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우리는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반출된 문화재들을 선별적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박물관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국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독립된 한국미술관실이 잘 설치돼 있고 세계 각국에서 연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한국의 문화재를 감상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반환 받을 것은 받도록 노력하고 우리 문화의 해외 홍보를 위해 남겨둘 것은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의 국력이 커지지 않았다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내의 거센 반반을 무릅쓰고 의궤 반환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먼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의장국 자리를 인계했다.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 제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삼성전자는 프랑스 휴대전화 시장에서 6년 연속 1위, TV와 냉장고는 5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도 세탁기는 1위, 냉장고와 TV는 2위에 올랐다.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은 명품이 된 것이다.
기사입력: 2011/04/22 [09:50] 최종편집: ⓒ 서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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