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의 연장사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쓰나미에 의한 단전이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뒤 10년을 연장해 운전하다 폐쇄를 한 달 앞두고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국은 일본에 비해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한국 원전이 일본 원전에 비해 다양한 안전대책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정하는 점이 하나 있다. 후쿠시마 사태가 ‘원전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비를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지변 앞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모두가 확인했다. 일반인들의 원전 공포를 ‘비이성적’이라고 흘려버릴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합의되지 않은 수명 연장으로 불안감이 쌓인 상태에서 이번처럼 사고를 당할 경우 더 큰 불신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돈이 아깝다고 무턱대고 수명을 연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오래된 원전보다는 새 원전이 사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부품이 새 것일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안전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나라에서 설계수명이 끝나도 안전점검을 한 뒤 수명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의 사용기간을 연장하기보다 최대한의 보호장치를 갖춘 새로운 원자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원전 7호기에 대한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독일 언론은 이를 놓고 ‘영구 폐쇄’로 가는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30년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고리 원전 1호기를 정지시키고 수명연장을 준비 중인 월성 1호기의 연장 계획을 취소하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 14명과 부산변호사회·반핵시민단체들이 관련 성명을 내고 소송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리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을 다했으나 3년 전 안전성을 평가해 10년간 더 가동할 수 있게 수명을 연장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원자로 하나를 지으려면 3조원 정도 필요하다. 6000억원 들여 주요 부품을 교환한 뒤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5배 더 들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연장사용은 중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전력생산의 36.7%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원전 관련 업무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나눠 맡고 있는데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교과부가 안전(심의·검사 등)과 진흥(연구개발 등)분야, 지경부가 발전(원전 건설·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사입력: 2011/04/06 [08:23] 최종편집: ⓒ 서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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