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국회의원은 샅바도 못 잡고 붙는 불공정 씨름판

서산뉴스

2010년 국정감사가 10월4일부터 2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16개 상임위원회(국회의원)에서 총 478개의 피감기관(정부)에 대해 감사가 진행되며, 겸임 가능한 상임위·국회운영위, 정보위, 여성위의 감사는 10월28일부터 11월13일까지 별도의 기간에 실시할 예정이어서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첫 주간이 간다.

문제는 국감기관과 피감기관간 불정정한 룰 아래 맞붙는 씨름경기를 보는 기분이다. 피감기관은 국감기관의 샅바를 들쳐 잡았으나 국회의원은 샅바도 못 잡고 승부를 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이는 국회법을 비롯한 관련법대로 해야 하는 국감이다 보니 유·불리의 문제는 실정법의 문제가 된다는 것 알지만. 국정감사를 하려면 뭘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도무지 알지 못하도록 피감기관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물증도 없이 심증만가지고 따지고 들면 멍청해지므로 죽으나 사나 증거자료를 받고 그 자료에 의해 질문하고 따져야 하는데 막말로 피감기관이 엉터리 살림을 했더라도 자료를 안 주면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게 불공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교육과학기술위에서 문교부 대상 감사를 한 경우 오후3시까지 개회도 못하고 첨예한 입씨름만 했지 국감 진행이 잘 안 된 일이 있다. 이때 정읍출신 무소속 유성엽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국감에 필요한 자료로 1차 94건, 2차까지 200여건의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원랜 국회의 자료체출 요구가 있으면 피감 부처는 10일 이내에 제출하게 돼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20일이 넘어선 국감 3일전에 법에서 CD로 제출하게 돼 있다면서 CD 한 장이 자료로 들어 왔는데 거기에는 딱 8건의 자료만 들었더라는 얘기다. 다시 독촉해서 받았어도 아직 76건의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국감이라고 하면 무슨 효과를 볼까.

피감부처에서 안 주는 자료는 국감이 끝나는 날까지도 자료타령을 하게 만든다. 지난 인사청문회고 작년이고 올해고 정부의 이런 쿠세(버릇)는 상투적이고 빠져나갈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꼭 받아야 할 증거자료를 안주기 때문에 회의 벽두 첫 문은 매번 자료요청 의사진행발언으로 시작되는 것은 16개 상임위가 100% 똑같고, 478개 피감기관에서 한 한군데도 자료제출미비나 고의 해태가 없는 곳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자료 안주기가 단골 메뉴다.

손바닥 보고 국감을 하랴? 얼굴보고 하랴? 눈감고 복싱을 하라는 건가? 도대체 흙탕물에서 미꾸라지 잡듯 대충 더듬고 호통치고 고쳐라 아니다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자료나 구걸하는 걸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요는 국민이 보자는 자료를 안주는정부측의 저의는 빠삭하게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자료는 주면 문제가 생기고, 저 자료는 줘도 꿀릴게 없고, 애매한 것은 무조건 막판에 줘서 일단 중계방송에서 가려버려 국민은 모르게 숨기자는 저급함의 극치라고 보여 치사하고 졸렬한 발상이다.

그러나 이것처럼 국감을 통과하는 완빵 작전도 없다고 보인다. 눈을 가려놓고 술래잡기 하면 번번이 이기는 것이고 나는 샅바를 잡고 너는 못 잡게 하고 붙는 씨름판이라면 누가 불리한지 분명한 일이다.

그래서 1차는 자료제출부터 애를 먹이고, 2차는 오늘 하루만 참자는 식으로 담 넘기기 전략을 쓰고 있다. 우물쭈물 하면서 고작 5분 10분만 견디면 여당이 편들어 줄 것이므로 야당이 맹공을 퍼부으면 말을 끊고 답변한다는 구실로 느릿느릿 속이야 터지든 말든 얼른 5분만 지나가면 마이크는 국감 쪽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지게 되기 때문에 시간만 때우다보면 혼자 팔팔뛰다가 제 물에 지쳐 마이크가 꺼진 다음에 악을 써 봤자 마이크를 잡은 여당위원장이 다음은 000위원님이 질의하라고 하면 잽싸게 여당으로 바뀌어 버린다. 정말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나라살림을 해나갈 것이냐.

국감을 보다 보면 왜 자료를 안줘서 눈을 덮고 입을 봉쇄시키는지 묻고 싶지도 않다. 이게 유일하게 살아남아 자리를 지키는 최후의 방패라고 써먹는 것이라 정부의 못된 버릇에 질린다. 제때 자료를 제대로 다 주고 잘못 된 건 지적을 받고 고쳐야 하는데 심지어는 작년부터 1년 내내 안준 자료를 가지고 자료타령만 해 봤자 여당 위원장이 자료를 주라고 독촉한번 하고 나서 그런다고 하고 또 안주고, 또 안주고 안주기를 반복하는 이런 국감에 국민이 식상하고 멀미가 난다.

그래서 국민은 도무지 무관심이다. 말짱 그놈이 그놈이라는 자조와 냉소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들쳐보면 썩은 냄새가 쿨쿨 난다고 지레 폄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걸 고쳐야 한다. 그런 다음에 국감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친목회가 연말 정기총회를 해도 총무는 수입지출 자료를 복사해서 회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뭔가 돈 얼마를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재료를 봐야 알고 잘했다 못했다 판단을 할 것 아닌가. 왜 자료를 안주고 왜 잔뜩 불리한 조건에서 국감을 한단 말인가. 이런 말을 하노라면 사실 울화가 치민다. 제발 야비하고 교묘하게... 차라리 말을 말아야지... 피감 부처여, 그러면 못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