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이란 말이 있다. 장마가 지고 산사태가 나고, 폭설이 내리고 지진이 나는 자연재앙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이를 막을 방도는 없다. 그저 어떻게 이런 위기를 잘 넘기느냐고 하는 적응대책 말고는 원천 방지책이란 요원하다.
시간당 30mm가 넘는 장대비가 2시간만 쏟아지는 날에는 강물이 범람하여 도로가 유실되고 산사태가 나는가 하면 자동차 사고가 늘어나는데다가 가옥침수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바로 지난 주간 전국, 특히 충청과 남부지방에 쏟아져 내린 장대비로 극심한 혼란을 당하다 못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생겼다. 이를 어쩌면 좋은가. 먼저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더불어 부디 잘 넘기기 바란다는 뜻을 표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래도 다행인 것이 히말라야 산맥 남부지역 국가들에 비하면 낫다. 방글라데시나 인도남부를 비롯한 베트남 태국, 이런 나라들의 비 피해는 우리가 알바 아니라 관심을 두지 않아 그렇지 한국과는 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비만 왔다하면 강줄기의 길이가 장장 수 천리나 되는 까닭에 강 하류지역은 우리나라 몇 개 도를 합친 면적이 물바다로 변한다. 우리는 낙동강이 길다지만 그쪽에 비하면 10배 20배나 짧다.
그래서 중국 양자강이나 황하강 하류는 장장 4~5천km, 아예 다른 나라에서 내린 빗물이 모이고 쌓여 흘러와 우리 한국인들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한다는 자체가 머리의 한계일 정도다. 우리는 아무리 쏟아져도 그렇게 큰 물은 아니다. 이것도 감사할 일이다.
한국에서 간혹 보도되는 TV화면이나 다큐멘터리 화면에서 보게 되는 히말라야 남부지역 국가들의 물난리는 정말 강건너 불이 아니라 산 너머 강일 뿐이다. 그런데 미국에 머물면서 한국 TV화면을 보노라면 마치 한국에서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 화면을 보는 것 같다. 웬 비가 저렇게 쏟아지고 웬 물이 저렇게 난리를 일으키는가.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도 물난리 하면 만만치 않다.
미시시피강 이라고 하는 미 중동부 지역의 경우 비가 왔다하면 중국에지지 않는다. 인도나 베트남에지지 않는다. 더구나 헤리케인 토네이도로 늘 언론에 보도되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안스, 미시시피주, 아칸소 미주리 등등 미 동남부지역의 호우피해나 태풍피해는 우리가 자주 보는 화면들이라 정도를 알고 피해로 부서진 가옥들도 낯설지 않기도 하다. 게다가 동북부 지역의 폭설의 정도는 또 얼마나 무서운가. 그에 비하면 지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단면이 아직도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힘든 분들에게 지금 무슨 말이냐 하지 말기 바란다. 어디까지나 위로차원이며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뜻에서 용기를 주고자 하는 덕담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비가 오는 걸 뭘 어쩌겠는가.
하늘에 올라가 양떼 몰 듯 비구름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고 세상이 어디라고 다르지 않아도 모두 잘 이겨낸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더운 나라와 동시에 꽁꽁 얼고 더 추워가는 지방도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한국의 장맛비는 대단한 규모는 아니니만큼 어떻게 대비를 할까에 신경을 쓴다면 우리나라 장마철은 이러다 곧 끝나는 특성이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에 온지 한 달이 된 이곳의 날씨는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운데 기상환경 하나는 부러울 정도다.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하루 중 고작 몇 시간이고 곧 선선해지고 밤은 한기를 느낄 정도여서 열대야라는 것은 없다.
비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내리는데 가랑비이며 주로 밤에만, 참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단 30분이든 10분이든 모든 대지를 매일 적셔준다고 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사람에게 자연관리권을 준대도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살기 좋게 이렇게 부리고 조정할지 모를 정도다.
놀라운 것은 미국 역사 200여년에 워싱턴은 물난리 홍수 일체 그런 자연재앙이 없다는 진기록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 작년에 한번 폭설이 내린 것이 백여 년 만이라지만 단 하루 만에 다 녹여 그날 중 모든 도로가 다 뚫렸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여기서 느끼는 게 있다. 바로 자연에 순응하는 나라요 자연을 거스리지 않은 도시건설이라는 점이다.
뉴욕만 해도 세계가 알아주는 빌딩숲인데 워싱턴은 아주 높아야 10층 정도다. 주로 시가지 북쪽지역에 고층빌딩이 있으나 중심부는 아예 높아야 3층이고 대개 2층 정도라서 5층 건물인 국회의사당이 돋보인다. 의사당의 터가 약간 높은 면도 있으나 하여간 시가지 경관 사진을 찍으려하면 모든 건물이 전부 나무보다 낮거나 키가 비슷해 도무지 건물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나무숲의 도시라 보일 정도로 나무가 건물을 가려 건물전체를 찍는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인근 주거지역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택지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건물이 싸여 나무키보다 주택 키가 낮거나 같고 아예 나무 숲 키 높이를 앞지른 건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주요 상가라 할 마켓은 바닥면을 펼쳐 주로 1층이라 더구나 나무보다 앉은뱅이로 건축돼 있다. 한국의 백화점이라면 무조건 고층빌딩인데 반대다. 이런 것이 워싱턴의 기상 안정과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인간은 다스림 받기를 거부하는 존재다. 특히 남의 간섭으로 나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는 언젠가는 참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드시 다스림을 받아야 할 대상이 있다. 자연환경이다. 쏟아지는 장맛비다. 내리는 폭설이다. 자연과 싸워 이길 자 없고 자연에 순응하여 망한 자 없다.
장맛비에 짜증내고 열대야에 열 받고 화내면 자연에 대드는 반역이다. 자연은 우리를 결코 죽이자는 목적이 아닌 줄 믿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어찌하든 살리고 먹이자는 의도라 한다면 자연이 내리는 어떠한 재앙도 결단코 우리를 강하고 튼튼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한 신의 섭리라고 감사히 받으면 어떨까. 하늘이 대한민국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결단코 유익을 주기 위한 방편에서 비가 내렸다고 긍정적이고 감사히 받자. 아니면 뭘 어쩔 것인가.
기사입력: 2011/07/12 [10:29] 최종편집: ⓒ 서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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