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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多益善'과 반값

서산뉴스

중국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列傳)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劉邦)은 천하를 통일한 후 왕실의 안정을 위해 개국 공신들을 차례로 숙청하는 중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인 초왕(楚王) 한신(韓信)과의 얘기가운데 한 고조가 "과인과 같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겠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께서는 한 10만쯤 거느릴 수 있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떠한가?" "예,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되었는고?".

한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하오나 폐하,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오라 장수의 장수이시옵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이옵니다. 또 폐하는 이른바 하늘이 준 것이옵고 사람의 일은 아니옵니다."

오늘날 다다익선은 다방면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라는 의미로 자리잡힌지 오래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많다는 것이 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도 짐작한다.

지난 5월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으로 불거진 '반값등록금'의 여파가 가라앉질 않고 나라 곳곳을 휘젓고 다니면서 모든 사회분위기에 '반값?'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대한민국 나라값도 '반값'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서다.

대학이 상아탑, 우골탑, 등골탑이라는 변천사를 이어오면서 대한민국의 리더들로 양성되어 양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해 오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부여하는 참좋은 세상에서 이제는 구질구질하게 냄새나는 방에서 책과 씨름하는 열공파가 아니어도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고,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흰색이나 집중잘되는 색으로 칠한 넓은 도서관에서 책과의 씨름을 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컴퓨터로 단어를 찾고 책하나도 화면으로 만날 수 있는 첨단의 세대를 만나면서, 대학의 등록금으로 배우는 것에 그 댓가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를 생각해본다.

배우는 곳이 많이 있을 수록 좋기는 좋다. 전국 4년제 대학 200개를 포함해 411개나 되는 대학과 364만명의 대학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며 오늘도 비지땀을 흘릴 것이다. 그 많은 학생들은 그만한 댓가인 등록금을 학교에 지불하고 배움의 갈증을 풀어감에는 또한 틀림없을 것이다.

소를 팔아서 학비를 보태고, 등골이 휘어지면서 자녀들 학비 대는 부모들은 4년뒤 자녀의 모습에서 무슨 특별함을 기대할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졸업한 대학생들 실업자들이 넘실대어 그 부모들의 수고에 어떤 기대에도 부응을 해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등록금 평균 400만원에서 800여만원을 내고서 배운 우리 대학생들은 노골적인 표현으로 지금껏 '노벨상'(물론절대평가는 아니다)이라는 후보에도 올려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무엇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갔는지,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대학이라는 학문의 전당을 사업의 목적으로 머리수 채우는데 급급하여 오늘날 정치권에서 이용하는 '반값'이라는 용어로 치부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빈민운동가 출신 한나라당의 모의원은 "요즘도 가난한 엄마들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신생아를 버리는게 대한민국 빈곤층의 현실" 이라며, 이같은 교육소외지대를 내버려두고 인기영합에만 몰두하여 '반값등록금'이라는 신생어를 만들어 내어 나라전체를 요동케한다"며 비판의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반값에 목매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이것을 이용하는 이들은 아마 등록금 걱정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모 일간지의 칼럼을 통해 차 모교수는 "대학교육을 마치 시장통에서 반값으로 후려쳐 팔아버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등록금에 걸맞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대학의 제도적 개선방안을 얘기하기도 한다. 더불어 대학의 개선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생각과 의식의 전환도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교를 만들어가고 상아탑을 세워가는 것은 대학총장이나 재단이 아니라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배움에 대한 열정, 자신의 목적을 향한 끊임없는 모습들이 있을 때 속한 대학의 영향력은 나타날 것이고 비싸게 낸 등록금은 빛을 발하며 졸업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싼 만큼의 댓가를 지불했다면 그 고생과 수고, 결과는 그에 비례할 것이고, 비싼 댓가를 지불했다면, 그 또한 수고와 결과는 비례할 것이다. 반값으로 내몰리는 대학의 실체를 똑바로 보지 않으면 구성원인 대학생이, 속한대학과 사회가 나아가 나라 전체가 반값으로 치부될 수 있음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배움에 대한 길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반값으로 치부되는 싸구려보다는 보다 나은 선택을 찾기위한 지혜를 모두가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에서 '다다익선'의 진정한 의미로 또한번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