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이상스럽다, 한 짓을 놓고 안했다는 건지, 하지도 않은 짓을 놓고 했다는 건지. 한눈으로 보면 모를까 두 눈으로 보아서는 정말 미친놈들이라 하고 말다가도 생각이 멎는다.
구체적 이름까지 대고 장소와 날짜는 다 맞아 만난 것은 분명하여 양쪽이 다 인정하는데 말싸움의 본질은 천양지차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위해 만났다는 것이고 우리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과를 위해 만났다는 것이다. 누구말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한 것도 아닌데 지금 이게 중요해져버렸다. 이대로 가면 둘다 상처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상회담 구걸이’라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것이고 북은 천안함 사과를 못해 어쩔 줄 모른다고 보여 양측 간 엄청난 자존심 대결이다. 피차 황당무계하다 피차 잡아떼는 까닭에 여기서 우리가 우리정부를 불신하려니 국민의 입장에서 어렵고, 그냥 북한이 생소리를 한다하고 넘어가지니 요란하게 떠벌리 우리가 막고 모른 척 할 세상이 아니라는 시대 상황이 현존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말싸움이라 한다.
문제는 말싸움에도 지면 안 된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되고, 역사상 무기싸움에 앞서 주로 말싸움이 있었다. 하여 말싸움에서 지면 곤란하다.
둘이 만나 누가 먼제 사랑을 고백했느냐는 문제는 떳덧하고 밝힐만한 것이지만 이게 꼬이면 될 혼사도 안 되고 원수가 진다. 하여 말이라는 게 꼬이기 시작하면 부부라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런 말싸움이 벌어져 버렸다. 안 될 라니까 이런일까지 터진 것인데 피차 최소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자존심을긁어 회복하기 어렵게 보인다.
말싸움의 내용을 짚어보면 세 가지다. 첫째는 누가 먼저 만나자 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왜 만나자고 했느냐는 것이다. 셋째가 누가 무어라하고 어떻게 했느냐는 것이다. 단 하나도 작은 물껀(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보자 했다면 지금껏 3년 넘게 지켜온 정부의 자존심이 모양새 절단나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튕겼지만 속으로는 북한을 만나고 싶어 애들 끓였다는 이중인격자(플레이)같이 비쳐지는 것이다. 역으로 큰 상처를 내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하게 되면 악성으로 변한다. 체통이 말이 아닌 것이다.
북한이 먼저 만나자 하고 천안함과 연평도도발에 대해 어떻게 사과하느냐고 상의하는 만남이었다면 우리정부의 위신은 올라간다. 반대라면 우리정부의 위신이 추락한다. 만나자 해서 만났더니 사과하겠다고 하다 사과의 정도가 낮아 그만두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성공성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허나 어쩔 도리가 없어 북한에게 체면 좀 살라달라는 식으로 우리가 사정해서 만났다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엉망이 돼 버린다. 말싸움이 무기싸뭄에 못지 않아 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격이고 도덕적으로 큰 험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나서도 문제다. 북한 말대로라면 사과하는 모양만 갖추라는 건데 그런 사과는 받지 않느니만 못하다.
그런 조작사과를 받아 무엇이 쓸까. 여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게 돈봉투라는 괴물이다. 철저히 무대응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돈은 왜 주느냐는 것인데 퍼주기보다 더 악질이라 볼 은밀한 외교로비 성 돈 봉투는 엉망진탕이 되는 소리다.
모든 것을 다 정부의 말 그대로 이기를 바라고 믿어야 하는데 드디어 녹취록 전면 공개까지 들고 나와 자기들 말이 사실이라고 버티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이 녹취록 공개하면 어쩔 거냐는 말이 나온 것이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알고 하는지 모르나 녹취록은 있다고 본다하더니 공개불사라는 말이 튀어나온 판이다.
어쩌다 일이 이지경에 이르렀는가. 답은 북한이 인간 같지 않아 그렇다하면 간단하다. 상종할 이유도 없고 삭 무시하고 대꾸도 안한다면 간단하다. 그러나 간단한 게 아니라 그럴 경우 모든 것을 인정하는 꼴새가 된다.
그래서 무대응은 안 된다 한 것인데 과연 무대응으로 갈지 말지 진퇴양난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 북 누가 아예 처음부터 녹취록을 틀어댔으면 좋았을 일이나 우리는 그게 안 된다. 왜냐하면 녹취를 안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그런걸 공개한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어떻게 녹취를 했느냐로 비화되고 세계 모든 국가를 만나면 녹취한다는 비인격성 정부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녹취 하지 않았다면 정직하고 녹취하면 비정직인가.
그러나 북한은 비인격이고 나발이고 녹취를 공개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우리정부의 공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여 그도 못할 일이다. 결국 계속되는 말싸움에 져야하는 낭패를 만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 부디 어서 가라앉으면 하나 이것은 자력과 먼 타력인데 타력의 북한은 역시 만나기만 하면 오물탕이다.
기사입력: 2011/06/14 [09:48] 최종편집: ⓒ 서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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