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으로 본 남북정세 :서산뉴스 http://www.seosannews.com

이산가족 상봉으로 본 남북정세

서산뉴스

날씨는 스산한데 한반도 주변마저 으스스하다.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으로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나라는 득될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양국 정상들의 손을 맞잡아주었으나 결국 정상회담은 열리지도 못하고 복도에서 몇 마디 하다 말았다는 뉴스도 한반도를 춥게 하는 얘기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한동안 강국들의 각축은 잊고 살았는데 어쩌다 이제 또 그네들의 눈치를 살펴야 할 지경이라면 비참한 일이다. 자고로 중·일관계가 험악해 지면 손해는 한국이 봤던 역사가 있어 더 움츠러드는 것이다.

중국에게도 일본에게도 참으라고 하거나 양보하라고도 못할 처지에서 이웃이 편해야 우리도 편한 것이라면 중·일 간 마찰이 숙으러들기만 바랄수도 없는 일이라 침울하기 까지 하다.
때에 지금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고는 있다.

그런데 철원인근 전방에는 총성이 울린다. 한쪽에서는 만나는데 한쪽에서는 대남방송까지 재개한다는 뉴스는 우리가 언젠간 반드시 풀어야 할 분단의 비극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우선 성가시고 힘들다고 미룰수록 후대들의 부담이 더 큰 문제라 어느새 60년 세월 분단이라는 것은 너무 무사안일 한 탓은 아닌지 새겨볼 일이다.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낸 대기자는 12만7547명이다. 이 가운데 4만1195명은 이미 숨졌고, 8만6000여명이 생존해 있다. 한 번 상봉 때마다 남쪽 상봉단 100명씩이 뽑힌다. 북쪽 상봉단의 남쪽 가족 400여명을 모두 더한다 해도 상봉 행사에 한 번 참여할 가능성은 수백 대 1에 불과하다.

이런 진도대로 나가면 이산가족 상봉에만 500년이나 걸린다는 단순 계산으로 따져 볼 때 이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인데 누가 뭘 어떻게 잘못하든 간에 이건 할 짓이 아니다. 가족이 무슨 죄가 있어 떨어져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물보다 진한 피를 가르고 강제로 떼어놓기 60년의 그 죄 값을 죽은 김일성이 받고 김정일이 다 받는다면 좋지만 만에 하나 우리 정부도 그 책임과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면 근본 대처방법을 바꿔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봉 규모 확대와 방식의 다양화, 정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지만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이뤄졌던 남북 적십자 사이 합의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당시 해마다 대면상봉 500명, 화상상봉 160가족, 영상편지 120가족 등에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 악화 속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죄의 무게가 우리에게도 쌓여가지 않는지 깊이 새겨야 한다.

김정일의 죄가 100이라면 우리의 죄가 10이든 20이든 우리정부도 이산가족의 나이가 자꾸 늘어 90세 이상이 4.5%, 80세 이상이 32.7%, 70세 이상이 38.5%, 60세 이상이 15.3%라고 하는 통계를 보노라면 곧 세상을 떠날 연장자의 상봉1회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일이다. 국력이라면 쓸 곳이 너무 많지만 한 평생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피눈물을 흘리며 산 그들에게 죽어 원혼이라도 달랠 국가지 중대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고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중환자실에 누워보지 않은 사람과도 병든 고통을 말해 봤자다. 그러나 돈 걱정 없어 병원 특실에 입원한 환자라면 역시 돈 없고 병든 서민층 병자의 고통을 또 모른다.

남북문제나 이산가족 상봉문제 역시도 이산가족도 없는 대통령이나 이산의 눈물을 흘려보지 않는 통일부장관이 아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만약 이산가족 중 누군가가 통일부 장관이 된다면 정부 각 부처에 눈물로 호소해 어떤 대가를 준다 해도 아마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엉뚱한 남북관계 포괄적 과제와 맞물려 돌리기 때문이다.

사실 이산가족의 입장에 서보면 북핵 폐기나 천안함 사과문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정부에 불만이다. 이건 억지춘향도 아니고 안하무인도 아니며 무식한 논리도 아니다. 북핵과 이산가족 상봉은 반드시 연계하지 안 된다는 주장은 우리주장이지 북의 주장은 아니다.

북측에선 핵은 핵이고 천안함도 이산가족 상봉과 별도로 보자고 한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 할 부문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늘 그에 상응하거나 과대한대가를 요구해 온 것이 북한이라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쌀 50만 톤에 비료 30만 톤을 달라고 했다는 말은 쥐꼬리 하나 내 주면서 황소 백 마리 천 마리를 내 놓으라는 억지이며, 인륜의 문제를 가지고 무슨 득실의 장사를 하자는 건지 영 못마땅하게 들리는 말 확실한 얘기다.

하지만 이산가족은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만나고 싶은 게 본심이다. 과거 나라의 운이 안 좋아 헤어졌다면 이제는 살만해 졌으니 좀 출혈을 하더라도 만나게만 해 준다면 정부가 고맙다는 것이다. 거기서 더 나가 북한에 대한 이해까지 하는 것이 이산가족이다. 만나러 나오게 하려면 그게 다 돈이 든다.

알다시피 지금 북한에 무슨 돈이라 할 게 없다. 그들 100명이고 400명을 금강산까지 데리고 오려면 차비도 들 것이고 거지차림으로 데려오기도 뭣할 것이고 북한 정권은 정권대로 콩고물이 묻혀 나갈 수 밖에 없어 남측에 뭘 달라 보내라 쌀이다 비료다 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산가족은 금덩이라도 보내주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말이 쉽지 쌀 50만 톤 요구나 비료 30만 톤 요구는 지나쳐도 한참이다. 우리가 더 애타게 상봉을 원한다고 해서 이렇게 과대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려면 차라리 이산가족에게 통째로 준다고 해도 쉬운 게 아니라는 냉엄한 현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 금주 간에도 또 이산가족의 눈물이 한반도를 적실 것이다. 휴전선에 묻힌 100만개나 되는 지뢰밭 사이에서 지뢰제거에만도 또 480년이나 걸린다고 하는 것처럼 정말 500년 가야 풀 숙제라고 이대로 묻어 버린다면 너나없이 역사의 죄뿐만 아니라 인륜의 죄인이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