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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풍성한 설이 됐으면

배진석

<名節이 달갑지 않은 소외계층>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正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음력(陰曆)으로 정월초하루(1월1일)를 일컫는다. 명실공이 새해의 첫 시작이다. 해(年)가 바뀌면서 상서롭고 복된 한 해가 되기를 빌고, 더 나아가 조상이나 어른, 그리고 이웃끼리의 정(情)과 화목(和睦)을 도모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다.

고려시대(高麗時代)에는 설(음력 1월1일)과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삼짇날(음력3월3일), 한식(4월6일), 단오(음력 5월5일), 추석(음력 8월15일), 동지(음력 11월28일) 등을 가장 큰 명절로 삼았으나, 조선시대(朝鮮時代) 들어 설날(正初)과 한식(寒食), 단오(端午), 추석(秋夕)을 4대 명절로 중시해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일상의 행사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에는 온 가족과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의 은덕(恩德)을 기리는 제사와 더불어 자기의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恩惠)에 감사하고, 이웃끼리의 정(情)과 인심을 나누며 즐기는 명절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제적 약자(弱者)들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깊은 시름에 빠져든다. 경제적 강자(强者)와 약자와의 계층 간의 희비(喜悲)가 명절 때가 되면 더욱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난다. 풍성함이 넘쳐나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명절이 되레 부담으로 다가오는 계층들, 즉 소외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시금 되새기고 보듬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경제적 약자들의 사정은 명절이 곧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여유가 있는 자들은 설 연휴를 즐기기 위해 국내는 물론, 외국(外國) 등지로 여행을 떠나려는 숫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는 보도에 소외된 者들에게는 그저 씁쓸할 뿐이다.

<人間의 보편적 평등, 되새겨야>
자본주의 社會에서 경제적 여유로 국외여행을 떠나는 者들에게 왈가왈부 할일은 아니다. 그러나 人間은 보편적 평등이라는 차원의 배려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더불어 사는 社會다. 特히 올 설날은 도시에 사는 소외계층도 문제지만 농어민(農漁民)의 시름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태풍으로 과일을 비롯한 채소 등 농작물 작황이 부진한데다, 오랫동안 지속된 한파(寒波)로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경제적 손실에 아연실색(啞然失色)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날이 다가온들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충까지 더해 명절이 달가울리 만무다.

이로 인해 농어민은 그렇다 치고 도서민(都庶民)들은 턱없이 오른 물가고(物價高)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고충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먹을거리 폭등으로 서민들은 그저 울상이다. 돼지고기, 닭고기, 채소, 생선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교통 등 공공요금까지 올랐다. 그리고 소외가정이나 편부모가정에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 설날이라는 들뜬 명절 분위가 보다 당장 추위 걱정부터 해야 하는 빈곤층(貧困層)과 노숙자들, 미래가 불투명한 독거노인(獨居老人)들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상위 계층과 기득권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너무 많다.

特히 궁핍(窮乏)한 생활고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의 자녀들, 고아원 등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는 아이들에게 이젠 우리 사회가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감수성(感受性)이 민감한 시기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아야 건강한 사회와 밝은 미래(未來)를 기약할 수 있다.

평등한 사회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들에게도 맑고 밝게 자랄 권리와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이 時代를 살아가는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또 제 몸 하나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獨居老人), 소년소녀가장, 실직자(失職者), 가난에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 낯선 한국 땅에서 외롭게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설’이라는 명절이 그저 반갑기 보다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당진시 ‘이웃사랑 나눔‘ 벤치마킹을>
며칠 前 설을 앞두고 정감이 넘쳐나는 훈훈한 소식을 신문에서 접했다. ‘충남(忠南) 당진시’가 ‘희망 2013 이웃사랑’ 성금 모금에서 전국 시ㆍ군ㆍ구 10만 이상 지자체 중 전국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당진시는 목표대비 191%인 13억3,700만원을 모금했다. 당진시민 1인당 8,599원씩 을 낸 셈이다. 어느 지자체나 시민들이 쉽사리 이뤄낼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철환 당진시장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이웃사랑 나눔’을 몸소 실천한 선구자로서 존경스럽다. 타 지자체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함께 설을 진정 뜻있게 보내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땅히 소외계층을 먼저 생각하고, 위로하며 도움의 손길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로만 그칠게 아니라 계속해야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감사하고 함께 즐기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더 平等하고 옛날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정(情)이 넘치는 세상(世上)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