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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최상의 복지정책이다

서산뉴스

경제는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가 선거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외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 구호는 유명하다. 빌 클린턴은 이 구호를 앞세워 재선에 나선 조지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지난해 말, 2012년 대선을 겨냥해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제목은 '다시 일터로(Back to the Work-진짜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다.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은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제18대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됐다. 후보등록을 마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7일 0시부터 12월 18일 밤 12시까지 22일 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다.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 출마선언을 했던 지난 9월19일 이후 2개월 이상 야권 후보단일화에 매몰돼 '깜깜이 선거' 양상이 빚어졌으나 지난 23일 그의 후보사퇴로 선거전이 일단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안 전 후보에게는 뒤베저스의 법칙(Duverger's law Effect)이 적용된 것 같다.

이는 선거의 경우 1등만을 향한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기가 되면 3위후보의 지지가 무너지고 이표가 갈려서 1, 2위에게 쏠리거나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인해 박·문 후보 양진영은 무응답층이 높아지면서 사퇴한 안 후보의 지지자들에 대한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업자인 청년이 자아실현이 되겠는가. 은퇴한 부부가 빚더미에 쌓인 집 한 채를 들고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겠는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은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열패감이 민주주의의 이상을 지키려는 보루가 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경제력을 뒷받침해 줄 후보, 나는 젊은이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후보에게 아낌없이 한 표 주겠다.

민주주의의 이념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다. 과정의 민주성과 결과의 민주성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종국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다’는 정의에 공감한다.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도 결국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을 두고 많은 실험이 있었지만 이제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라고 해서 병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대의민주주의는 아무래도 민의를 반영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망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여망을 외면해도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후보들은 꿰뚫고 있는 듯하다.

이 시대 최대의 화두는 청년 일자리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어느 후보도 이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시대에 올바른 가치란 무엇인가,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등의 문제조차도 제기하는 후보가 없다. 식상한 지역개발 공사와 복지공약의 남발이다. 또 기껏 재벌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모든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내용을 보면 알 듯 모를 듯, 속밖이에 불과하다. 재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하고,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결국 국민들 주머니 털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지 15년 지났다. 그 사이 대기업들의 내실은 튼튼해진 반면 서민들의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팍팍해졌다. 쑹훙빙은 그의 저서 ‘화폐전쟁’에서 “우연한 경제정책은 없다. 국민들이 모를 뿐이지 모두 정부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추진한다”고 했다.

IMF 이후 정부는 많은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기업의 배를 불려줬다. 대표적인 것이 조세정책과 환율정책이다. 세금은 말할 것도 없고, 1달러 1000원과 1달러 1400원은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다. 국제 유가가 떨어져도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의 이익이 늘수록 가계는 궁핍해졌고, 부동산에 거품이 부글거렸으며, 중산층 붕괴로 이어졌다.

대권 후보들이 내세우는 복지정책도 들여다보자. 재원 10조 원으로 전 국민이 혜택을 보는 정책이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국민 1인당 25만 원이다. 산술적 계산이지만 관리비용을 빼면 이보다 줄어든다. 100조 원을 퍼부어도 국민들의 혜택은 연간 250만 원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의 사회 안전망 구축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재정을 어디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지는 정책 입안자들이 더 잘 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IMF 이후 빼앗긴 중산층의 몫을 이제는 돌려줘야 한다. 대기업들로부터 뺏으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경제정책의 기조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서민들로 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위하는 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최선의 국민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같은 맥락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일이다. 다시 유권자가 약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후보에게 통 큰 한 표 준다.

12월 대선의 핵심 쟁점은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누가 더 확실하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올 대선 구호는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가 더더욱 확실해 보인다.